2015년 6월 7일 일요일

13. 헬싱키(Helsinki)를 지켜 온 요새, 수오멜리나 (Suomenlinna) 섬


일찍 일어나 아침은 먹고 싶었던 라면을 끓여 먹는다. 중국 라면이긴 하지만, 기름 빼고 대신 김을 넣으니 약간의 향신료 맛만 빼고는 괜찮다. 사과 하나에 바나나 하나까지 1.8 Euro를 줬으니 엄청 싼 아침 식사다. 탈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늦게 집에 도착했기에 오늘은 조금은 여유롭게 보낼 거다라는 생각에 일찍 일어났지만 길은 느지막하게 나선다.

수오멜리나 섬을 가기 위해 우선 버스를 타고 중앙 기차역으로 향한다. 거기서 트램 타고 탈린행 Ferry 탔던 항구 근처에 섬에 가는 배가 있단다. 3번 트램이 오길래 얼른 타고 가다 보니 Free Market Hakaniemen Tori가 열려있다(트램 3,6,6T,9번 트램, 메트로는 Hakaniemi Hagnas에서 하차). 본능적으로 트램에서 일단 내리고 본다. 광장을 가득 메운 엔틱한 소품들부터 의류, 먹거리 등 많은 판매대들이 줄지어 있고 그 길에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구경하면서 지나가고 군데 군데 있는 음식 파는 곳에서는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죽 길을 따라 돌고 또 다른 길로 돌고 구경한 후,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그 동안 이곳 소시지 맛이 어떤지 궁금했기에 소시지와 새우 및 오징어 튀김을 사서 먹는다. 핀란드에서 느끼는 건 큰 멸치 같은 생선을 튀겨서 파는 곳이 많고, 연어도 많다는 점이다.
 

 
 
 

배도 차고 이젠 원래의 목적지를 찾기 위해 두리번 두리번 거린다. 내가 어디에 있는가? 또 한 번 멘붕이 온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방향을 잘못 잡았단다. 다른 지역이라고 하여 생각해 보니 트램 3번도 항구에서 본 듯하여 원래 알고 있는 트램 2번 대신 먼저 정류장에 도착한 3번을 선택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래도 일요일에 크게 열린다는 시장을 봤잖아(보통 평일에는 규모가 작게 열린단다. 시간은 오전 8~9시에 시작하여 오후 3시경에 폐장). 몇 정류장 가지 않아서 내렸기에 마켓광장의 Free Market이 근처에 있을 텐데 이것도 있네 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다시 트램 3번을 타고 중앙역으로 되돌아와서 익숙한 트램 2번을 타고 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켓광장에도 시장은 서있다. 그런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리 크지는 않단다.



마켓 광장을 뒤로하고 원래 목적지인 Suomenlinna 섬을 가기 위해 페리를 탄다(왕복 5 Euro). 페리에서 내리니 사람들이 건물의 입구로 들어가기에 따라 간다.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 곳은 Suomenlinna교회이다. 문 앞에 가니 안내하시는 분이 예배 시간으로 들어가면 30분 정도 있어야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싶었는데. 들어가려고 하니 성경을 하나 가져가란다. 한국 사람은 처음이며, 일본과 중국어 성경은 있는데 한국 성경은 없단다. 영어 성경을 들고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목사님이 설교를 하고 계시는데 영어 몇 마디 하시고 나머진 다 핀단드 말로 하신다. 루터교 교회인데 설교가 끝나고 몇 사람이 예복을 차려 입고 돌아가며 기도를 하고 간단히 찬송을 한다. 거의 마지막에는 성찬식도 한다. 나도 참여하였는데 우리하고는 조금 달리 전병(우리 교회 성찬식에서 떡을 뗄 때의 것과 비슷함)에 포도주를 찍어서 준다. 예배가 끝나니 지하층에서 간단히 커피를 마시고 가라고 한다. 호기심에 내려가 보니 사람들이 많이 있다. 커피 한잔을 따라 앉으려고 하니 예배 때 내 옆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자기 옆에 앉으란다. 몇 마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오늘 저녁 8시에 헬싱키 항구에서 하얀 색의 커다란 교회에서 음악회가 있으니 한 번 가보라고 권한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일단은 든다. 다시 본당에 올라가 안내하시던 분에게 여쭤보니 성도는 2,000정도인데 대부분 헬싱키 쪽에 살며 한 달에 한번 이곳에서 예배드리는데 약 5% 정도만이 예배에 참여한다고 한다.

 
 
많은 시간이 지났기에 이제 섬을 둘러보기 위해 나선다.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전쟁박물관으로 제정러시아, 독일, 그리고 소련 등과 관련된 복장 및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해변에 있는 잠수함을 함께 보는데 5 Euro가 든다. 한 바뀌 돌아 보아도 별로 볼 거리는 없어 다리를 건너 다른 섬으로 향한다. 우선 잠수함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리 크지 않은 잠수함으로 내부를 볼 수 있는데 침대로 보아 승무원이 6~7명 정도였을 것 같다.



 



잠수함에서 나오니 거대한 방어벽들이 늘어서 있다. 반대편에도 있지만, 이곳은 더 크다. 내부를 들어가 보니 곳곳에 바다 쪽을 향해 문이 나있고, 병사들이 있었을 공간들이 죽 이어져 있다.
 



 
밖으로 나와 해안 포대를 따라 걷는다. 많은 대포들이 있고 19세기 말 러시아 방어선과 당시의 포대인 Kustaanmiekka도 보인다. 해안 포대를 따라 걷다 보니 바람이 너무 거세어 날아갈 것 같다. 그래도 바람을 무릅쓰고 한 바퀴를 돈다. 지도에 나와 있는 King’s Gate를 찾아 가는데 잘 찾을 수가 없다. 문이 하나 있긴 한 데 지도에서의 사진과 좀 다르다 혹시나 하고 나가 보니 지도의 사진은 밖에서 본 모습이다. 거꾸로 와서 그런 것이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배가 출출해진다. 어제 먹다 남은 멸치와 감자 튀김을 꺼내어 바람이 잦아든 바위 옆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주변을 보니 갈매기들이 있다. 한 개를 바위 위에 놓으니 얼른 채간다.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면 안되는데, 몇 개를 던지고 얼른 사진을 찍는다. 실패. 다시 바나나를 먹다가 잘게 짤라 던져본다. 대장인 듯 한 놈이 소리 소리 지르니 많은 갈매기들이 몰려온다. 몇 번을 던져 사진 찍기를 시도한다. 조금은 성공인 듯. 아마도 사람들에게 갈매기들이 많이 길들여 졌다 보다.

 
이제 시간을 보니 5시가 넘었다. 서둘러 걷다 보니 Great Courtyard가 나온다. 요새를 만든 Augustin Ehrensvard에 의해 176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크림 전쟁에서 손상되었고 현재는 Augustin Ehrensvard의 무덤이 여기에 남아 있다. Great Courtyard를 지나니 다시 처음에 건넌 다리가 나온다. 그 옆으로 길이 나 있는데 이 곳에는 현재까지 운영중인 가장 오래된 Dry Dock 중 하나란다. 현재에도 오래된 나무 선박을 수리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 Suomenlinna 섬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항구로 돌아간다.

항구 근처엔 멀리서 보기만 했던 핀란드 루터교의 총 본산인 Helsinki Cathedral과 서유럽에서 가장 큰 그리스도정교 교회인 Uspenski Cathedral을 둘러 본다. 시간을 보니 7 44분이다. Linda Line 페리 선착장에서 가까운 쪽에 교회 하나가 있는데, Tallinn갈 때 언제 다시 이곳에 와서 보고 싶은 곳이어서 걸음을 재촉하여 가 보았다. 그리고 음악회를 보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Helsinki Cathedral로 향한다. 교회에 도착하니 8시가 넘어 문이 닫혔다. 포기하지 않고 유리문으로 보고 있으니 문을 열어 준다. 조금은 지루하지만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그간 접하지 못하던 소리였다. 그리고 청소년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소리는 천상의 소리와 같다. 맑고 깨끗한 소리. 특히나 등장할 때 중간쯤에서 대기하다가 나오면서 내는 청아한 소리는 환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을 부를 때도 본당 중간쯤에 늘어서서 들리는 화음은 어떤 소리보다도 좋았다.




 
이젠 한군데 더. 아침에 Hakaniemen Tori에서 높은 교회탑을 보았는데, 멀리 그 곳이 보여 걸어서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미 9시가 훌쩍 넘었지만 낮이 엄청 긴 때라 아직 해가 있다. 서둘러서 가보았지만 역시 문은 닫혀 있다.


이젠 너무 늦은 시간이다. 트램과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10시 반인데 다리를 지나면서 보니이제서야 해가 바다 밑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오면서 내일 뭘 먹을 생각하다가 고추장 생각이 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라면 사리를 고추장으로 비벼 먹는 것.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있는 마켓에서 오늘도 라면 2개와 사과 그리고 바나나 한 개를 산다.


7 June 2015